석진이 손가락을 자르다

유석진은 고산현의 아전이다. 아버지 유천을이 악한 병을 얻어 매일 한 번씩 발작하고, 발작하면 기절하여, 사람들이 차마 볼 수 없었다. 유석진이 게을리하지 않고 밤낮으로 곁에서 모시면서 하늘을 부르며 울었다. 널리 의약을 구하는데, 사람들이 말하기를, '산 사람의 뼈를 피에 타서 마시면 나을 수 있다' 하므로, 유석진이 곧 왼손의 무명지를 잘라서, 그 말대로 하여 바쳤더니, 그 병이 곧 나았다.

시아버지 묵은 병이, 오랫동안 낫지 않아,
아들 마음 민망하여 하늘 불러 호소했네.
뉘 알았으랴 신령한 그 약이,
곱게 가루 만든 무명지일 줄.

부자간의 천륜은 만고에 같거늘,
어찌타 왕화따라 오름 내림 있단 말가.
그림을 볼 적마다 높은 풍격에 읍하노니,
자자한 그 명성 길이길이 무궁하리.
-<삼강행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