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신발

우리집 신발은 넷켤레
언제나 다정하게
오손도손 놓여 있다네
한쪽 신발이 나서면
덩달아 다른신발이 따라
앞장을 선다고 하네

밤이면 넷켤레
신발을 모두 끌어안고
달님은 토담집 봉창사이로
귓엔말을 나누자 하네

아버지는 뒤꿉치가 달아버린
신발을 보시며 웃으신다네
아이들의 꿈이 서린
발자취를 그리워 하면서
조금씩 커가는 신발속의 세상
그 넓이를 엿본다네

굴뚝에 타오르는 연기처럼
바람속에 서있는 아버지는
구들장이 달구어 지도록
아궁이에 쏘시개를 태운다네
신발이 한켤레씩 곁을 떠날때까지,

그리움은 보석처럼 남고

마음의 창 닦고 있으면
보이는 건 허상/虛像/일뿐
거꾸로 매달린 하늘 머리에 이고
채홍빛 눈을 치켜올린다

비워진 마음 한구석에
떠나 보내지 못한 그리움

새벽빛 어슴프레이
밝아 오는뜨락
밟으면 소리가 날듯
바닥에 자욱히 쌓인 그리움

마음의 창을 뚫고
좁은 공간을 유영/遊泳/하는
소리를 가둔채
푸른 울림으로
내 가슴 적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