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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머물던 순간들
글쓴이: 김삼열
등록일: 2012.04.03 조회: 1016

평양에 머물던 순간들 / 김삼열


4박 5일이란 긴 여정으로 평양을 방문하기 위하여 10월 26일
오전 9시 30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는 이미 통일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 분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인사를 나눈 후 우리는 북측에서 보내준 고려민항을 타고 평양을 향해 출발하였다.

통일운동이 오늘의 시대정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는 통일 운동에 힘을 보태려고 통일연대 고문, 민화협 상임의장과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공동대표,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측준비위원회 공동대표 등의 직책을 맡고 있어 이번 평양방문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

10시 40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북측인사들의 환영을 받으며 양각도호텔에 여장을 풀고 오후 7시에는 능라도 경기장에서 집단체조 아리랑 예술 공연을 관람하였다.
능라도 경기장은 소문 그대로 엄청난 규모였다.
이 경기장은 1986년에 2,000억원을 들여 3년간 공사하였고 약 67,000평의 부지에 약 1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동양최대의 경기장이라고 했다.
더욱이 아리랑 공연에 출연하는 인원 중 시작부터 끝까지 90분 동안 한번도 퇴장하지 않고 카드섹션을 벌이는 인원과 연기인들이 3만 명이고
출연하는 총인원이 8만 명이라니 상상을 초월하는 대규모의 공연이었다.

아리랑 공연의 내용은 우리 민족의 수난사와 불굴의 투쟁사를 연출하였고 통일의 염원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공연의 규모와 웅장함은 어떤 나라에서도 연출할 수 없는 대공연이라고 생각되었다.
중간 부분에는 우리는 단군의 자손으로 민족도 하나, 핏줄도 하나, 언어도 하나라며 절절하게 민족자주와 통일을 기원하는 장면들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이번 평양 방문은 북측에서 통일에 기여한 인사들을 초청하여 이루어진 방문이어서 통일에 기여한 바 없는 나로서는 조금은 어색했으나 한편 항일 독립유공자 유족회 회장으로, 나름대로 통일을 위해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노력했던사람으로 북측의 초청을 받아 평양을 방문하게 된것은 매우 기쁜 일이었다.

더욱이 평양에 있는 애국열사릉에 안치된 독립유공자들의 후손들이 광복 60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선친의 묘소에 참배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묘소 참배를 실현하기 위하여 개성과 금강산을 오가며 실무접촉을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북측의 초청으로 평양 방문하게 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었다.

숙소인 양각도호텔은 대동강 중간에 위치한 섬에 세워진 호텔로 객실이 1,000개가 넘는 대형 호텔이었다. 호텔 30층에서 바라보는 평양시내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러나 밤이 되니 평양시내는 어둠에 쌓이고 말았다.
평양시내의 희미한 불빛을 보면서 얼마나 전력난이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양각도 호텔에서 하루 밤을 지내고 묘향산으로 향했다.
호텔에서 묘향산 까지 가는 길은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길이었는데
일직선으로 뻗은 길이 아득히 멀어 하늘이 닿는듯 보였다.
눈앞에 끝없는 평야가 펼쳐지고 멀리 배경으로 보이는 첩첩이 쌓인 그림 같은 풍경을 보며 저절로 감탄이 연발됨을 어쩔 수 없었다.

묘향산은 솔나무 향기와 풀향기가 어우러진 묘한 향기가 그윽하여 붙어진 이름이라더니 그 묘하고 신선한 향기가 진동하였다.
우리나라 5대 명산의 하나이고 조선8경 중 하나로 꼽히는 아름다운
묘향산은 단풍까지 절정이어서 그 정취에 취해 꿈꾸듯 홀로 꽃길을 방황했다.

오색물감을 뿌린 듯 아름다운 비경이 세월에 멍 뚫린 내 가슴을 흥건히
적시며 덧없이 보내버린 세월의 무상함을 일깨워주는 것 같았다.
급소를 파고드는 고독함과 그리움, 세월 먹은 홍송의 어우러진 가지들,
산삼과 온갖 약재들이 녹아 흐르는 옥수 같은 물과 계곡,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들은 조국통일을 염원하는 김영임의 아리랑 노래처럼 묘향산 봉우리마다 메아리쳤다. 우리는 행복하게도 2일간 묘향산 호텔에 머물 수 있어 그야말로 묘향산의 향기를 흠뻑 마실 수 있었다.

평양 방문 중에는 동명왕릉, 통일선전탑, 만수대 창작사, 개선문, 주체사상탑, 만경대 옛집, 보현사, 국제친선전람관을 둘러보았고, 한 시간 동안 배타고 대동강의 뱃길 따라 평양시내를 두루두루 돌아보았다.

맑고 청정한 가을 하늘은 평양 여행을 더욱더 즐겁게 하였고 핸드폰이 없는 한가로움이 얼마나 행복한 세상인지도 알게 해 주었다.
우리 강산이 너무나 아름다워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 남과북이 함께 손에 손을 잡고 함께 행복하게 살았으면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이번 여행에서 북측의 극진한 배려와 불편함 없는 대접, 북측 승무원들의 통일을 염원하는 눈물의 환송 등 어디서나 느낄수 있는 진한 감동의 장면들은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해주었다.

평양을 방문하며 마음속 깊이 느낀 것은 무엇보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전력난과 식량난을 해소하는데 남측의 충분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점과 우리민족이 통일을 이룩하지 않고는 무엇하나 이룰수 없고,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없으며 아무리 근대화를 진행 시켜도 하루 아침에 강대국들의 전쟁 놀이터로 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우쳐 주었다.

지난달 개성공단에 방문했을 때 대형 선전탑에 북측의 인건비는
1인당 59달러라고 적혀 있었다. 한화로 계산하면 한달에 5만 9천원을
받고 일할 수 있는 엄청난 노동력이 북측에 있다는 뜻이 된다.
북측의 관계자는 일할 수 있는 자리만 있다면 군복을 벗겨서라도
노동력을 충원하겠다고 했다.

통일을 위해 무엇보다 개성공단을 울산공단 같이 활성화하여 북측의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생산비를 낮추고 경쟁력을 높여
점차적으로 남북의 화해와 협력을 정착시켜 나아감으로써 북측에는
통일을 대비한 경제력을 높여주고 남측은 생산비를 낮춤으로써 수출경쟁력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개성공단에 조속하게 전기를 특별 배정하고 대대적인 노동자 아파트를 짓는 등 기본적인 인프라를 완성하는 일이 우리 민족의 통일을 앞당기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경쟁력은 많은 기간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6.15공동선언의 실천! 이것이야말로 민족통일을 앞당기는 이정표로서
상호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토대 위에서 활발하게 교류하고
협력해나가면 통일은 자연히 찾아올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는 한반도에 어떠한 형태의 전쟁이 일어나도 남과 북이 공멸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도로를 연결하고 철도를 연결하는 것을 시작으로 통일성업에 온 민족이 나서야 할 때라는 것을 생각하며 부패수구 세력들이 하루속히 민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기도했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을 생각하면 착잡하기만 하다.

4박 5일 동안, 평양의 어디를 가더라도 울려퍼지던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동포여러분 반갑습니다.”라는 한 핏줄의 메아리가
지금도 가슴에 남아 세차게 고동을 치고 있다.


2005. 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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